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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결과지에서 '비타민D 부족'이라는 항목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임신 소식을 들은 직후, 같은 결과지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비타민D 결핍이 조산 위험을 높이고 태아의 뼈 발달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그제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비타민D 결핍, 현대인이라면 거의 피하기 어렵습니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비타민D 수치가 낮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요즘 사람들이 다 그렇지 않나"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넘겼습니다. 대신 점심시간에 짧게 산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정도면 괜찮을 거라 여겼는데, 막상 수치는 늘 제자리였으니까요.
비타민D 결핍이 이렇게 흔해진 배경에는 생활 방식의 변화가 있습니다. 자외선 차단제(SPF)의 일상화, 실내 중심의 여가 활동 증가가 맞물리면서 현대인은 점점 햇빛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외선 차단제란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제품인데, 동시에 피부가 햇빛을 받아 비타민D를 합성하는 과정도 차단하는 이중 효과를 냅니다. 제 주변에서 비타민D 수치가 정상 범위인 사람을 찾기가 실제로 어렵습니다.
비타민D 결핍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증 진료 인원이 5년 사이 1,800명에서 16,000명으로 약 8.9배 증가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건강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 비타민D 결핍의 주요 원인: 실내 활동 증가, 자외선 차단제 일상화
- 5년간 비타민D 결핍증 진료 인원 약 8.9배 증가
- 제 주변에서 정상 수치인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한 문제
태아 구루병까지 이어지는 연결 고리
임신 중 비타민D가 부족하면 단순히 산모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태아의 골격 발달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임신 기간 동안 태아에게는 약 30g 이상의 칼슘이 축적되는데, 이 칼슘의 흡수를 돕는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비타민D입니다. 쉽게 말해 칼슘을 아무리 충분히 섭취해도 비타민D가 부족하면 몸이 그 칼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비타민D 부족이 심각해지면 구루병(Rickets)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구루병이란 비타민D 결핍으로 인해 뼈에 칼슘과 인이 충분히 침착되지 못해 골격이 변형되는 질환을 말합니다. 다리가 O자형이나 X자형으로 휘거나 흉곽 등 골격 전반에 기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보통 생후 24개월에서 6세 사이에 발병하지만, 그 원인은 산모 시기에 이미 시작됩니다.
피츠버그 대학의 Lisa M Modnar 교수팀 연구에서는 임신 중 비타민D 결핍이 조산 위험을 유의미하게 높인다고 보고했습니다. 또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 캐롤 와그너 연구팀은 충분한 비타민D 섭취가 임신성 당뇨, 감염 등 임신 관련 합병증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여준다고 발표했습니다(출처: 사우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 MUSC). 임신성 고혈압이나 임신성 당뇨라는 이름을 들으면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그 배경에 비타민D 수치가 연결돼 있다는 점은 제가 직접 임신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입니다.
영양제 섭취, 임신 후가 아니라 임신 전부터 챙겨야 합니다
임신 소식을 들은 날 바로 약국으로 향했습니다. 비타민D 2,000IU 제품을 사들고 나오면서 "진작에 챙길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IU란 International Unit의 약자로, 비타민처럼 지용성 성분의 함량을 나타내는 국제 단위를 말합니다. 수치를 빠르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에 2,000IU를 선택했는데, 이 용량은 일반적인 성인 권장량 수준입니다. 다만 개인 수치에 따라 적정 복용량이 달라지므로, 혈액검사로 25-하이드록시비타민D(25-OH 비타민D) 수치를 확인한 후 전문의와 상의해 복용량을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행히 출산 전 혈액검사에서 비타민D 수치가 정상 범위에 들어왔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꾸준히 먹다 보면 생각보다 수치가 빠르게 올라오는 편입니다. 물론 햇볕을 하루 20분 정도 얼굴과 팔에 쬐는 것도 병행했습니다. 등 푸른 생선인 연어, 참치, 정어리에도 비타민D가 함유돼 있어 식단에 의식적으로 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보통 임신 준비를 시작하면 엽산을 챙기는 것이 먼저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비타민D도 엽산 못지않게 중요한데 인지도가 낮을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빈혈이 있는 분이라면 철분 보충도 임신 전부터 미리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산 후 지금도 영양제를 꼼꼼히 챙기고 있는데, 임신을 계기로 생긴 습관이 이렇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산부 비타민D는 얼마나 먹어야 하나요?
A. 복용량은 개인의 혈중 25-OH 비타민D 수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결핍 상태라면 2,000IU 이상이 권장되기도 하지만, 임신 중에는 반드시 혈액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해야 합니다.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임신 후반기에는 태아의 뼈 형성에 칼슘이 집중 소모되므로 꾸준한 보충이 도움이 됩니다.
Q. 햇빛만 쬐어도 비타민D 부족이 해결되나요?
A. 하루 20분 정도의 햇빛 노출은 비타민D 합성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미 수치가 낮아진 상태에서 햇빛만으로 정상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거나 실내 생활이 많은 경우에는 영양제 보충이 현실적으로 더 빠른 방법입니다. 제 경우에는 산책과 영양제를 병행했을 때 수치가 정상 범위로 올라왔습니다.
Q. 신생아 구루병은 임신 중 관리로 예방할 수 있나요?
A. 신생아 구루병은 산모의 비타민D 수치와 직접 연결됩니다. 태아는 산모로부터 비타민D를 공급받기 때문에 산모의 수치가 낮으면 태아의 골격 형성에도 영향이 갑니다. 임신 기간 동안 비타민D를 충분히 유지하면 신생아 구루병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Q. 비타민D 혈액검사는 어디서 받을 수 있나요?
A. 일반 내과나 산부인과에서 혈액검사를 통해 25-OH 비타민D 수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따로 요청해야 합니다. 임신을 준비 중이라면 기초 혈액검사 항목에 비타민D 수치를 함께 넣어달라고 미리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임신 전까지 비타민D 결핍은 제게 그냥 검진 결과지 한 줄이었습니다. 임신이 되고 나서야 그 한 줄이 조산, 구루병, 임신성 당뇨와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제야 영양제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조금 늦은 출발이었습니다.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면 엽산과 함께 비타민D 혈액검사를 미리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수치를 먼저 확인하고 나서 필요한 복용량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임신과 무관하더라도 야외 활동이 적은 생활을 하고 있다면 비타민D 보충은 기본 건강 관리 차원에서 챙길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좋은 습관 하나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바꿉니다.